사람이라는 존재는 모방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생명체라고 합니다. 특히나 유년기나 청년기에는 부모님이나 위인, 혹은 유명 인사를 존경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우상으로 좋아하고 따르면서 성장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에 상응하는 특정 인물을 롤모델 삼아서 발전하는 케이스를 주변에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우상 혹은 롤모델을 단순히 나 혼자 바라보고 꿈꾸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함께 고민하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스승이라는 의미의 '멘토'로서 현실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가까운 인물이 나의 멘토가 되기에 용이하겠지요. 멘토라는 존재는 꿈을 좇는 젊은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 누구에게나 필요한 존재입니다.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굳이 나이와 직업이 상관없는 것이니까요.
특히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직장 다니는 엄마에게는 이 멘토라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과 환경에서 더 훌륭한 자아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멋진 직장 여성 선배가 주위에 있다는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요. 물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있듯이 무조건 여자 직장 선배라고 하여 나의 멘토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어려운 점을 공유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의논할 수 있는 멘토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꼭 근처에 있지 않더라도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멘토로 삼을 수 있겠지요.
저에게는 여러 명의 멘토가 있습니다. 먼저 직간접적으로 함께 일을 하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도 훌륭하게 해내는 여자 상사분들이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기록 및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제 블로그에서 직장맘으로서의 여러 가지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온라인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을 직접 혹은 온라인에서 뵙고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직장맘으로 살아가는 힘 중의 하나입니다.
한 번은 업무 관련 교육이 있었는데 타 회사의 여자 부장님이 고등학교 3학년인 자녀를 참관인으로 데리고 오셨더라고요. 어릴 때는 엄마가 집에 없는 시간이 많으니 허전해 했다고 하는데 많이 자란 지금, 어엿한 회사의 중견이 되신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딸의 애정 어린 눈빛이 옆에 있는 저에게도 잘 느껴졌습니다. 노트에 교육 내용을 받아 적으며, 이것이 엄마가 하시는 일 중의 하나이구나, 하며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그 학생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아이들이 저절로 자라주었다고 그냥 웃으시는 그 부장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직장맘으로서 가장 힘들 때인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 얼굴을 보기 힘들 때, 블로그에 기록하는 사소한 넋두리나 힘든 마음을 공감하고 함께 걱정해주는 이웃님들이 있다는 것 또한 저에게는 든든한 힘이 됩니다. 이 슬프거나 힘든 모든 순간이 모두 '언젠가는 지나갈 것'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직면하면 어쩔 줄 모를 여린 저에게 온라인상의 이웃이라지만 그분들이 해주는 이야기들은 마음을 다독이고 힘을 북돋워주는 '마음에 바르는 연고'와도 같습니다.
멘토라는 것은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 혹은 어쩌면 제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혹은 내가 힘들 때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그런 멘토를 열심히 가꾸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제 마음속의 기름진 흙 위에 많은 햇살과 촉촉한 비로 다져두고 싶습니다.
글: 고미영 angelmia@naver.com